이시우 작가
이시우 (1967-) 사진작가. 평화운동가 홈페이지
이시우 작가의 옥중 편지 전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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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작가의 옥중 편지 전문 에서,
기밀과 창작의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례가 있습니다. ‘얀’이란 세계적 사진가가 있습니다. ‘하늘에서 본 지구’란 사진집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하늘에서 찍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전협정 상으로도 어려운 일이지만 군사기밀 보호법 때문에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엔사군정위 비서장인 ‘캐빈 매튼’ 대령은 그를 헬기에 태워 한국의 사진가들에겐 한번도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에 대한 고공촬영을 했고 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아마 그는 한국의 DMZ를 대표하는 사진작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에 비해 비무장지대를 대상으로 10년 넘게 사진작업을 해온 저의 사진은 군사기밀보호법의 혐의가 씌워진 채 어쩌면 ‘모내기’그림으로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당하셨던 ‘신학철화백’의 그림처럼 철창에 갇혀 영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될 운명에 있습니다. FTA를 반대하는 예술가들에게 대통령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는데 소수 공안세력들은 창작의 자유 대신 기밀의 족쇄를 채워 손발을 묶고 있습니다. 실로 안타깝습니다.
낯선 것을 온가슴으로 포옹하여 한시대의 ‘결’을 만들어내는 자로서의 예술가의 본성은 마치 잠수함에 독가스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넣어지는 토끼의 운명과 비슷합니다. 낯선 것이 위기와 도전과 고난일 때도 있기에 시대의 위험을 감지하고 끌어안는 예술가의 혼으로 인해 한 시대는 위기를 예감하고 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디 저의 사건이 이시대의 위기를 예고하는 사건이 아니길 바랍니다.
‘사람몸 중에 중심이 어디일까요?’ 라는 질문에 ‘데모크리토스‘는 ‘심장’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에피쿠로스’는 ‘아픈 곳’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아픈 곳이 치유될 때까지는 온통 신경이 거기에 집중되는 때문입니다. 저는 후자의 입장에 서고 싶습니다. 몸의 중심이 아픈 곳이듯 사회의 중심도 아픈 곳입니다. 세계의 중심 또한 전쟁과 기아와 빈곤으로 인하여 ‘아픈 곳’ 입니다. ‘아픈 곳‘에 사회의 모순과 세계의 모순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시대의 중심에 서고자하는 예술가에게 그것은 숙명의 자리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 제가 머무르고 있는 장소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역사의 ‘결‘, 평화와 통일의 ’결‘을 만들어 가야하는 시대의 요구에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여러분들께 번거로운 수고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며, 정성과 사랑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7. 5. 1.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이 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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