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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1. Sunday

CASE CON

CASE CON은 개인치료중심에 매몰된 casework 에 반대(con) 하는 의미를 가지고 사회변화에 사회복지실천을 매개하고자 하는 일단의 영국 사회사업가(social worker)들의 역사적인 조직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미국의 경우, 대공황시기와 민권운동시대에 흔적을 찾을수 있는 Radical/Progressive Social Worker 가 있다. 예컨대 알린스키스타일의 지역사회조직운동이나 역량강화(Empowerment practice)에 기반을 둔 사회사업은 이러한 전통의 연장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지금은 University of Minnesota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주은수님이 게시판에 올려주신 CASE CON MANIFESTO. 번역을 올린다. (원문: http://www.radical.org.uk/barefoot/casecon.htm)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아주 우연히 이 글을 발견하였다. 1970년대 초반, Case Con magazine을 발행하던 영국의 급진적 사회복지사들에 의하여 작성되었다고 하는 이 글은 당시 사회복지학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골몰해 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나의 고민을 함께 해주지 못하는 학교를 아쉬워하며 외로이 나만의 사회복지학을 만들어가고 있을 무렵, 이 글은 내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존재했던 누군가가 이미 나와 같은 고민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비록 이 글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의 고민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글이기에 이곳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인해 원문의 내용과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주은수)

CASE CON MANIFESTO

간단한 해답은 없다.

        사회복지사는 복지제도가 그들이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어떤 사회복지사는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고 있으며, 어떤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주의의 허울 속에 숨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회복지사는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우울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Case Con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모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조직이다. 물론, Case Con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롭고, 놀랄만한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런 간단한 답이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매일매일 직면하는 문제점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복지국가가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그 발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언문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복지국가의 발전과정을 간략히 되짚어보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기 위함이다.

복지국가
        복지국가는 주로 전쟁기간 동안에 초래된 폭동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생겨났고, 노동자 계급의 투쟁의 성과물로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 자본주의에 보다 효율적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고, 그들의 호전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겨져 왔다. 전후 호황기 동안 노동자의 임금은 쉽게 인상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불평등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던 이때, 자산조사가 재등장하였고, 사회/교육/건강 서비스에 있어서의 보편주의 원칙도 점차 퇴색하기 시작했다. 전후의 호황이 쇠퇴함에 따라, 복지비 지출의 삭감은 '인플레이션 통제'라는 명목하에 정당화되었고, 이제는 부족과 결핍의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삭감은 첫째, 학교의 무료 우유급식 철회나 주택 프로그램의 축소와 같은 복지지출의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삭감, 둘째, 자산조사와 같은 노동자 계급에 대한 선별주의, 셋째, NHS, 연금과 같은 서비스의 민영화와 같은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Seebohm 보고서는 사회서비스 민영화의 선봉에 서 있다. 정신건강, 아동보호 등과 같이 전문화된 사회복지는 일반적 사회복지로 대체되면서,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보다는 가족의 책임이 강조되었다. 사회복지사들은 개인과 가족이 그들의 문제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보다나은 개인 서비스를 받고, 때로는 직접 도전에 직면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문제는 자신이 만든 것이며,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또한, Seebohm보고서는 지역사회의 자원을 개인과 지역사회의 문제를 다루는데 사용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 내에서 이러한 자원을 발굴하고, 국가나 자치단체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조했다. 자원기관에 대한 지원은 새로운 전략의 중요한 측면이었고, 쉼터와 같은 기관에 대한 공식적인 의존이 늘어났다.

전문가주의
        Seebohm 뿐 아니라 사회서비스 권위자와 사회복지사 모두가 강조했던 전문가주의적 접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전문가주의는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은 가지지 못하는 지식과 기술에 대한 수용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을 대중으로부터 격리시킨다. 둘째, 사회복지사는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의사나 변호사와 동등하게 인정받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여긴다. 셋째, 전문가주의는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행위 같은 '정확하고', '전문적인' 행위가 인정받는 사무적인 직업구조의 도입을 촉진한다.
       
        이러한 접근은 분명 지배계급의 환영을 받는다. 전문적 사회복지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인 개별사회사업은 빈곤을 개인의 무능 탓이라고 비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슬럼, 홈리스, 경제적 착취 와 같은 빈곤의 실질적인 원인으로부터 다른 쪽으로 돌려놓는다. 개별사회사업의 이데올로기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사회복지는 지역사회조직사업, 집단사회사업, 복지권 운동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포함하는 분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전략이 전문화하게 되면, 전통적인 개별사회사업과 같이 일종의 통제 기제가 되어버릴 것이다. 또한, 그러한 것들은 종종 지배계급의 비용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추가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전문가주의는 분명 위험한 발전이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의 업무가 내포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이나 모순에 대해 하나의 해결책을 기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
        우리가 복지국가의 발전과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이해하게 된다면, '국가는 의견의 불일치를 보이는 집단간의 중립적 중재자' 라는 생각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국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중립적이기는커녕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표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국가는 영국 자본주의의 이익과 발전을 보호한다. 이러한 사고에 기반 하였을 때, 전후 복지국가가 어떻게 발달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우리가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국가가 중립적일 수 없다면, 국가가 사회복지사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계급투쟁을 지지하는 운동의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감수하게 함으로써 그들을 돕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단체행동을 통해서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오직 단체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서비스국과 같은 몇 개의 전초기지를 민주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대변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 싸워야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요구에 맞추어 서비스가 공급되고 지속적으로 개선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당 이외에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우리 활동의 핵심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은 자본주의와 그것의 집행위원회인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우리는 노조의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공식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된 목표는 노조의 평노조원이 민주적인 통제를 할 수 있도록 투쟁함으로써, 평노조원 조직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조의 지도자들이 평노조원의 투쟁을 지지하는 만큼 노조의 지도자를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조의 지도자들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투쟁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장기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국적 평노조원 조직의 창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사회복지사들은 NALGO에 가입하여야 한다. 실제적으로 대다수 사회복지사들의 이익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Case Con 지원단체로는 분명 NAPO와 같은 기관들이 보다 적합할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부서별 위원회를 만들고, 그들을 서서히 사무장 위원회로 보냄으로써, 지역적 차원에서 노조를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층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투쟁은 다른 투쟁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들의 투쟁이 노조 조직의 일시적인 행동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모든 행동을,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위한 투쟁에 집중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주거정책에 있어서, 지방정부의 노동자들이 주거재정법(Housing Finance Act)에 의한 임대료 인상을 저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주거문제에 대해 직접 행동을 취하고 있는 불법거주자들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을 임시 숙소에 방치하는 것에 반대하며, 모든 사람을 위한 적절한 주거공간을 요구해야 한다. 인종주의와 관련해서는 반(反)흑인법률 제정에 반대하는 다른 대중적인 노조(union)에 참여해야 한다. 억압과의 투쟁에 있어서, 우리의 부문노조가 특정사례를 문제화하여 피켓팅, 회의, 산업적 행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쟁에 참가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의 관점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회복지실천은 인종주의, 홈리스, 그리고 억압과 같은 이슈에 대한 노동조합원으로서의 우리의 입장과 일치해야 한다. 우리의 원칙은 개인주의, 전문가주의, 출세주의에 선행하여야 한다.

사회주의적 결론
        Case Con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개인의 부적응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비롯되었다고 믿는다. 사적소유와 이익, 소수 지배계급의 이익에 기반하고 있는 이 사회가 국민 대다수의 이익에 기반하는 노동자들의 국가로 대치되지 않는 한,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속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목적은 노동자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 동참하는 것이다.